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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기

그랜드캐년(Grand Canyon)

그랜드캐년(Grand Canyon)

 

 

 중국의 장가계를 보고 있을 때 모두가 와와 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랜드캐년 보다 낫다고 했다. 기준을 어디에 두고 말하는 건지 모르지만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어 그냥 마음에 담고 있었다. 장가계는 수 없이 많은 기둥으로 된 산들이 나무를 두르고 서있었다. 협곡이라기보다 기둥 숲이었다.

 아기자기한 형상들의 대 집합이었던 브라이스캐년이나 웅장한 절벽들의 군락인 자이언캐년을 보고나서 과연 그랜드캐년은 어떨까, 텔레비전에 나온 장면만 갖고는 실감이 나지 않아 궁금증이 앞섰다. 경비행기를 타고 본다고 했다. 새벽 4시에 모닝콜하고 서둘러 출발하여 아침을 먹고 버스로 달려왔다. 경비행기장에 내려 표를 끊고 기다렸다가 함께 타는 일행은 기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들판 위를 달리던 비행기는 어느새 협곡에 가까이 날고 있었다.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대협곡의 모습이 펼쳐졌다. 붉은 색깔을 띤 절벽과 절벽 사이가 9킬로미터나 되고 절벽 높이가 무려 1600미터였다. 켜켜이 층을 쌓고 있듯이 그 커다란 광활함에 넋이 빠졌다. 과연 이곳이 인간이 사는 곳이었더란 말인가, 아니다. 분명 신이 살던 곳이었을 것이다.

 

 

 

 

 

 

 

 

 

 

 

 

 

 

 

 

 

 

 

 

 

 

 

 

 

 

 

 

 

 

 

 비행기는 점점 가까이 보기 좋게 조정하여 날고 있었다. 내 귀에는 층층이 앉아 있던 악기를 든 악사들이 일제히 연주를 시작하는 콘서트 무대처럼 느껴졌다. 교향곡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했다. 밑바닥을 헤집고 다니는 흙탕물 개천처럼 콜로라도 강이 흐르고 있었다.

 비행기 좌석을 세 명씩 쭉 뒤로 한 줄 열 다섯 명이 앉았는데 가운데 앉은 터라 사진 찍기가 거북하였다. 포기를 할까 생각했다가 점차 요령이 생겨 기회를 찾다보니 오른쪽 아내 뒤에 앉은 어린 학생은 다행히 사진을 찍지 않았다. 전경을 보면서 사진에 담으려니 무척 신속하게 움직여야했다. 보고 있는 부분은 전체길이 450킬로미터의 극히 일부를 보고 있다니 실로 엄청난 규모였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는 마치 우주선 조종사가 신천지에라도 탐험한 듯 가슴이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다.

 

 

 

 

 

 

 

 

 

 

 

 

 

 

 

 

 

 

 

 

 

 

 

 

 

 

 

 

 

 다시 절벽 난간 길로 걸어 내려다보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개인적으로는 바닥으로 내려가 발을 딛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실제로는 바닥 강가에 소수의 인디언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일부러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닌 대자연의 품속에서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실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서있는 사람들이었다. 난간도 없는 절벽 가까이 서거나 앉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함께 따라 사진을 찍긴 했어도 그 자리를 벗어나 생각해 보면 아찔하여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전체의 장면은 한 커트로 잡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부분별로 구조가 볼만한 곳을 찾아 한 커트로 사진으로 남겨야 했다. 어떻게 찍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가져올 수도 없고 안타깝기만 했다.

 

 

 

 

 

 

 

 

 

 

 

 

 

 

 

 

 

 

 

 

 

 

 

 

 

 

 

 

 

 

 

 

 

경비행기를 타고 그 엄청난/ 그랜드 캐년 절벽과 절벽 사이에/ 한 마리 새로 날고 있는 나에게/ 빼곡히 벽면을 채우고 앉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손에 든/ 악기 소리가 일시에 날아올랐다// 오랜 세월 동안 어울려온/ 그들만의 운명이 배어있는 교향곡을/ 어디에서 들어 본적이 없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함께 호흡하고 있는/ 이 순간을 자랑하고 싶다//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걸작을/ 감상한 영예를 얻었다/ 가슴 한 곳에 고이 간직할/ 또 하나의 영역을 받았다/ 멈추지 않는 심장의 박동을/ 이어나갈 엔진을 달았다

- 졸시「그랜드캐년」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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