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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22.아쉬움이 남는 시 - 필자

22. 시는 어떻게 쓰나?

 

3.탄생의 아픔2.4월(은) 잔인하다(한) 했지만,

1.오르가(즘)의 또 다른 표현이리라.//

4.삶의 씨앗인 꽃가루는 날리겠지만,

5.대부분 한데로 떨어지리라.//

 

7.하늘이 점지한 극소수만이

6.이 아픔과 절정의 환희를 8.맛볼 수 있지만,//

 

9.그렇지 못한 이들에겐

그저 그런 10.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일 뿐.//

 

10.존재가 지루해지는(없는) 건 도태를 의미하리라.

그래서 4월은 잔인한 달, 맞다.

- 채수원의「지루한 4월(기다림)」전문 19-16

 

빛바랜 흙집

세월이 너무 무거워

간신히 버티고 있다

 

구멍 난 벽 비집고

찬바람이 기어들어온다

어디 한 곳 성한데 없다

구들장이고 대들보고

오랜 세풍 견뎌온 만큼

주름이 가득하다

 

아이들 재잘거림

명절날 북적거리던 사람들

다시 올까 기다리며

바위 되어 그 자리 지키고 있다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로

빛바랜 젊음이 떨어진다.

- 함응식의「오래된 흙집」전문 17-20

 

3.긴 머리 풀어헤친 능수버들

1.여름내 입어 헤진 옷들을

2.흐르는 물에 실려 보내고

4.가벼워진 몸 흔들며

5.늦가을을 배웅한다.

 

9.흐르는 물을 거슬러 오르면

10.방망이 두드리며 빨래하던

11.젊은 아낙의 모습이 지나가고

12들꽃 목걸이 걸어주며 웃던

13.앳된 소년의 얼굴이 지나간다.

 

7.늦가을 개울가에 서면

6.솟대처럼 서 있는 갈대사이로

8.유년의 추억들이 사그락대며(사그락사그락) 흐르고 있다.(들린다)

  - 유병란의「어떤 날」전문 9-19

 

사그락사그락 : 얇고 빳빳한 물체가 가볍게 자꾸 스칠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5.발 빠르게 입성한 동장군이

7.늦바람에 얼굴 붉어진 단풍잎에 질투인가

눈보라와 함께 6.산등성을 휘돌아 치니//

 

8.넋을 놓은 마른 잎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을 하고

10.주인 잃은 산(山) 고양이 등거리를 부여잡고 원을 만드네//

 

1.가을 산에 취한 등산객들

2.오, 오! ! 소리는

3.우수수 떨어지는 잎에 아쉬움인가,

4.첫 눈을 맞이하는 탄성인가//

9.까마귀는 장단 맞춰 까악 까악//

- 김현주의「도봉산애서」전문

 

*등거리 : 등에 걸쳐 입는 홑옷의 하나

 

산 흔적들이 묻은

방 네 칸과 거실, 주방, 화장실은

짐이 나가고 텅 비었다

새 집으로 옮겨갈 기쁨보다

알뜰살뜰 고쳐 남 주고 갈 아쉬움이

더 크게 자리 잡는 날

어수선하고 차디찬 겨울이 버티고 선

창밖 눈발이 치솟아 나르는 허공 안에서

시집 세 권이나 만들어 준 상념들이

소용돌이 첫눈에 실려 다시 채우려는가,

- 윤제철의「첫눈 오는 날」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