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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산문)

9. 오래 못 본 친구

 

옛 친구

 

이석남

 

어린 시절 소곱친구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손금남과 하성호, 이들의 이름만 기억 할뿐 아득히 느껴지는 옛 친구의 이름이 아니더냐(들입니다,), 이들 옛 친구들과 어린 동심에서 놀던 수많은 놀이와 지나온 일중 특히 잊혀 지지 앉는 것은 학교 가는 길에 작은 냇가의 돌다리를 건너다 발을 헛디뎌 책 보따리와 함께 물에 빠졌을 때 손을 잡아끌어 올려주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 속에서 남아있는(다.) 것이 곧 어제 그제 일같이 느껴지는데, 무심한 세월은 내가 17살 되던 해 고향을 떠나면서부터 옛 친구들과의 인연이 다한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제는 옛 친구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기구한 인생의 여정에 서있나 봅니다. 얼마 전 고향땅을 돌아볼 당시 내살던 집과 옛 친구들의 집 등이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고 옛 집터에는 전답으로 변하여 쓸쓸한 발길만 돌려야만 했습니다.

지금 이라도 옛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면 즉시 달려올 것만 같은 희망 같은 꿈이나마 너희들은 내 이름을 기억이나 하고 있겠니, 만약 기억에 남아 있다면 내 이름 석자를 불러 줄 수는 없겠니, 지난주 북한산에 올라가다 작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옛 친구의 주제] 를 가지고 잠시 옛 친구(금남 과 성호)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너희들의 이름을 외처 보았단다.(보았습니다.)

그러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은 스쳐가는 바람결에 흔들려 내 앞에 떨어지는 나뭇잎만이 곧 친구들의 대답인 냥 반기는 듯 싶구나(싶습니다.), 이제 옛 친구들의 모습은 내 마음 속에 맴도는 동경일 뿐 점점 나의 뇌리에서 살아져가는 안타까운 모습에서 지금 이 시간만이라도 옛 친구들의 이름 석자가 나의 마음속에서 조금이나마 지워지지 않기를 갈망하면서 북한산을 하산하였다(하였습니다.)

*소꼽친구 - 소꿉친구, *어제 그제 - 엊그제(2,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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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못 본 친구

 

강춘옥

 

나는 올봄에 고향 광주(를) 갔다(다녀왔다). 언니랑 동생들이랑 지리산에 가서 온천도 하고 고로쇠 물도 먹기 위해서 피아골까지 갔다. 오랜만에 고향에 가니 친구들이 난리가 났다. 얼굴 한 번 보자고 (반겨주었다.) 그중에 중학교 때 보고 못 본 친구가 나를 보고 가겠다고 기다리고 있다고(기다린다는) 그 친구 이름은 김정인이다. 그 친구에 대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그 친구는 나하고 달랐다. 자신감이 충만했고 리더십이 강했다. “YMCA 시모롱와이“라는 연합동아리는 중,고등학생 남녀가 모여서 건전노래를 부르는 모임이었는데 꼭 나를 데리고 다녔고 함께 노래 부르는 게 즐거웠다. 그때는 남녀공학이 별로 없어 나는 남학생과 어울리는 게 낯설었고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적십자회에서도 봉사활동을 남고생(,) 여고생이 모여서 하곤 했는데 내 친구 정인이는 그곳에서도 활약이 대단했었고 나를 꼭 데리고(나와 함께) 다녔다. 학교에서는 학급실장을 했고 앞장 서는 것을 좋아했는데 한번은 중간고사에서 백지시험 내는 것에 앞장서서 정학을 맞았다. 중학교는 다섯 학급(,) 고등학교는 세 학급이었는데 전교 180등 안에 드는 학생들만 고등학교에 갈수 있었다.

정인이는 공부를 잘 했지만 정학을 받은 것이 있어 순천에 있는 순천여고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헤어지게 되어 그 뒤로 볼 수가 없었다. 소식을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알 수가 없었는데 이번 44년 만에 만나서 물어보니 공무원으로 중앙청에 근무하다 거기서 남편을 만나 대사부인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다 지금은 남아공대사로(에) 있는데 그곳에 예쁜 집을 지었다고 자기는(지어) 노후를 이곳에서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나더러 놀러오면 자기가 다 책임진다고(했다.) 남아공올림픽 때 안기부직원들도 자기 집에서 잤는데 경치가 끝내준단다(고 좋아했단다.). 오랜만에 만난 내 친구는 어렸을 때 얼굴도 있었지만 낯선 귀부인이 내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남편에게 애교 없고 너무 솔직하고 융통성(이) 없(다)고 장사꾼이 못된다고 맨 날 핀잔 받았는데 내 친구들은 ‘너는 옛날에 애교도 많고 감수성도 풍부하고 순수함이 어쩜 옛날 그대로니?’ 라고 칭찬 해주니(추켜세워) ‘내가 정말 그랬나?‘ 의문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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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는 친구 누나

 

윤제철

 

어린 시절 방 안에서 일기를 쓰던 나는 더위를 잊으려고 낮에 물 끼얹는 소리를 듣고 창밖에 돌담 넘어 우물가에서 목욕을 하는 같은 반 친구 성진이 누나를 바라다보았다. 뒤로 돌아서 목욕을 하다가 돌아서서 하는 바람에 너무 놀랐고 우스워서 웃음을 참지 못하여 들키고 말았다.

얼른 옷을 입고 달려온 누나는 나를 붙들어 자기 집으로 끌고 갔다.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데리고 간 곳은 짐을 쌓아두는 헛간이었다. 누나는 나를 노려보고 다짐을 받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목욕하는 걸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약속은 하지 않고 누나가 겁을 주는 게 우스웠다. 다급해진 누나는 화가 나서 참지 못하고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도 겁을 먹은 채 바라다만 볼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누나는 나를 때리지는 못하고 마구 꼬집었다. 참지 못한 나는 안 그런다고 다짐하였다.

그 땐 눈치도 없었다. 그냥 안 한다고만 하면 될 일을 바보스럽게 질질 끌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보통 때는 볼 수 없었던 누나의 당황하는 예쁜 얼굴을 조금이라도 오래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안지나 이사를 오는 바람에 같이 오래 지내지는 못했지만 그날의 추억은 가끔씩 꺼내 돌이켜 보곤 했다. 친구 성진이 보다 누나를 잊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