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색깔 없는 액체
종이컵에 따른 소주를 마시다가
앞에 있는 컵이
비었는지 남았는지 알 수가 없다
주거니 받거니 비롯되는 이야기
오가면서 들여다 볼 수도 없고
마시고 싶으면 술이 없다고 하고
마시고 싶지 않으면 술이 아직 있다고
거짓말하는 컵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잔은
술 상대에게 솔직하게 알려주어
속일 수가 없어 야박스럽다 해도
속이 보이지 않는 종이컵은
오히려 숨을 쉴 틈을 열어주었지만
술 마시는 동안 내내
상대방 마음을 답답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