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칼럼

경마장 안에서 만난 여러 가지 것들

 

경마장 안에서 만난 여러 가지 것들

 

 추석을 보내고 징검다리 연휴를 보내던 10월 2일 아침을 집에서 쉬려 하다가 서울대공원에 다녀올 요량으로 길을 나섰다. 아침 10시 30분이 지나서 갔더니 미술관 진입로가 많은 차들로 막혀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경마장으로 방향을 바꾸어 들어가야 했다. 평일이라 한적한 느낌이었다. 그늘에 차를 대놓고 가족공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을 수놓은 하얀 구름이 내 마음을 싣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 가상 자리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아 신문을 읽다가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에 대한 글을 쓴 사설을 읽었다. 어떤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야 할 것인지 불안했다. 표를 의식한 나머지 서로 끌어내리기로 일관하고 있을 뿐 뾰족한 정책도 모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대했던 역대 대통령들이 거의 모두 그런 분들이 이었기에 떨어져도 좋으니 내 방식대로 따라 달라고 호소하는 후보는 하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곳을 봄에 오는 것과 가을 초에 오는 것은 많이 차이가 있었다. 꽃과 나무의 어울림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젊은 부모들의 어인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모습을 바라다보며 엊그제 같던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어느덧 가을로 접어든 인생의 길을 돌아보게 되었다. 여러 가지로 반성과 후회가 겹쳐 마음이 아팠다.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에게나 자식들에게, 그리고 아내에게, 또한 나 자신에게 까지도 어쩔 줄 모르는 눈치 보기에 바빴던 아쉬움이 지나쳤다. 그 시절이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해 보리라 마음을 먹어보았다.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데도 소신이 분명해야 헸다는 것을 나라에 비유해보면서 모래 마당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나의 어린 모습들이 얼비쳐 눈을 가린다. 나 같은 아이도 있으려니 눈여겨 바라보았다.

 경마장의 트랙을 달리던 기수들의 호흡과 말의 가쁜 호흡이 관객들의 환호성에 열을 올리는 경기가 있는 날의 장면들이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듯 귀를 울린다. 앞만 바라다보며 오직 승부만을 위해 뛰었던 날들이었다. 별로 해놓은 것도 없는 지난날의 기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아름답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나의 여름을 보내놓고 보다 새롭게 가을을 열겠다는 다짐을 하며 차에 올랐다.

 

'문학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치 있는 상과 권위 있는 상  (0) 2013.01.14
허가바위와 허준  (0) 2012.11.18
한국문학의 현주소  (0) 2012.07.11
제 4시집「가려지지 않는 흠집」  (0) 2012.04.06
미당 서정주의 집  (0) 201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