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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창작시

십지가의 언덕

* 십자가의 언덕

 

노점상 철거령이 떨어져도

모든 걸 걸고 싸우는데

시베리아 먼 땅에 맨발로 쫓겨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떤 표현으로도 항의할 수 없었다.

떠난 뒤에 생사가 궁금한 사람들은 추모를 담아

짓밟는 러시아에 대한 무언의 칼로

언덕에 십자가를 꽂았다.

쓸어버리면 다음날 다시 솟아나는

큰 십자가, 작은 십자가들

그 위에 꽂아놓고 쌓아 놓았다.

의지할 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두는 자리가 되었다.

아무 탈이 없기를 바라거나

말 못하는 항의의 수단으로 쓰다가

이제는 무엇보다 잘되기를 바라며

희망을 걸어놓는 언덕이 되었다

 

* 십자가의 언덕 : 리투아니아의 사울레이에 있는 작은 언덕으로  러시아에 항거하는 의미로 십자가를 파괴해도

다음날이면 세우고 또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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