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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창작시

산책

산책

- 관동대학교 주변마을

 

윤제철

 

잠 못 자고 밤을 지킨 외등,

돌 위에 턱을 고이고 널브러진 중장비,

밖에서 자고 돌아오다가 눈 맞추는

검은 고양이가 머리 긁으며 하품을 한다.

알이 박힌 옥수수 붉은 수염을 날리며

일렬로 손을 내밀어 아는 척하고,

원룸임대, 원룸하숙 전화번호 알리며

적적한 여름방학을 보내는 골목엔

고추잠자리가 나를 반긴다.

촌노는 자식들이 쌀 사먹는 게 안쓰러워

두 이랑씩 갈라 빨리 수확하는 벼를 가꾸어

풀 자란 논두렁길을 내려고 제초기를 돌린다.

백도라지 청도라지 정원을 차지하고

능소화는 은행나무를 타고 올라가

논이나 가장자리 좁은 밭농사 챙기느라

쉴 새 없이 나팔을 불어댄다.

동네 한 바퀴 돌아올 무렵

잠이 깨어 있는 길가 소나무 숲은

흙냄새, 나무냄새 뿜으며 벌레소리와 어우러져

새 하루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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