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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석모도 동계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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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동계연수


 2010년 2월 25일 아침 10시에 모이기로 한 영공문학동아리 일행은 세 분은 업무관계로 점심식사를 마친 이후에나 현장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먼저 출발하기로 하였다. 승용차 두 대로 나누어 타고 일곱 분이 목적지인 석모도를 향하였다. 가는 길에 김포 대곳에서 한 회원을 만나기로 하였다. 시간이 예상 보다 늦어져 그곳 에서 점심식사로「돼지보쌈」을 먹기로 했다. 출발할 때부터 오던 비는 그치지 않고 있었다. 토속음식은 많은 식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을 만큼 대단하였다. 고향집을 들러 한 끼를 즐긴 양 편안한 마음을 추스르며 외포리 항 선착장으로 가야했다.

 가는 길에 지난번 강화도 방문 때 들렸던 다랑채 찻집의 차 맛을 기억해냈다. 게재에 한 번 들러 보고 싶었다. 다시 보는 정감어린 시골길은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걸쭉한 대추탕과 유리 버너에 유리 주전자로 끓이는 메밀차를 여유롭게 맛보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즐거움을 함께하지 못한 세 분께 미안함이 스며 올랐다. 이 다랑채를 들리지 않고는 강화도에 다녀왔다고 할 수 없겠다 생각할 만큼 마음을 빼앗고 있었다.

 외포리 안개가 자욱한 항구에는 대형 선박이 희미하게 들어오고 갈매기 떼는 새우깡 얻어먹는 재미에 빠져 배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수산물을 거래하는 시장을 둘러보며 곧 도착할 세분을 기다려야했다. 우리가 모임을 하려면 언제 알았는지 비가 왔지만 현장에 가서 진행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오늘도 비가 서서히 그쳐 대기 중에 먼지를 가라앉혀 주었다. 도착한 일행과 반가움을 만끽하며 모두가 참여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새우깡을 준비하여 배가 출발하면서 던져주거나 손에 들고 채가기를 바라는 시도를 하면서 즐기는 모습들이었다. 갈매기는 날개에 힘을 가하여 속력을 다하여 놓치지 않고 받아먹거나 채가기를 원하였다. 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습관을 잃는 것이 아니까 우려되기도 하였다. 다른 곳에 갈매기 보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붙었다. 사람들은 새우깡을 주며 놀이로 생각하지만 갈매기에게 경쟁을 유발시키지만 자신의 경쟁의식을 잊으려한다. 먹이사슬에 얽힌 아픔을 느껴야했다. 

 

석모도로 건너가는 배에서

승객이 손에 들고 있거나 던져주는

새우깡을 먹으려고 있는 힘을 다하여

날개를 펼치는 갈매기 떼

겨울 바다에 온기를 뿜으며 무섭게 덤벼들었다.

물고기 잡는 걸 포기했는지

새우깡을 먹고 사는데 모든 걸 걸고 있다.

던져진 새우깡은 어떤 갈매기에게든지

수면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나꿔 채이고 만다.

새우깡을 놀이로 치열한 경쟁을 만들지만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살아남는

사람들 움츠려진 가슴을 펴주었다.

먹이사슬로 줄서있는 질서 안에서

서로 바뀌어 울고 웃는 순간 마다

아픈 양심의 고리를 끊고 싶다. 

낮은 자리에서 먹혀야만 하는

작고 나약한 미물에게까지 미안해야 하는 

  -졸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며> 전문

 

석모도 순환로를 들어서서 세대의 차가 달려 숙소「해변하우스」에 도착하였다. 소지품을 챙기고 잠시 쉬었다가 제일 큰 방을 본부로 하고 동계세미나를 위해 모이기로 했다. 일박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회원들 까지 참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가능하면 짧게 하고 저녁시간을 오래 갖기로 했다. 

 세미나 내용은 가람 이병기 시조시인 약력과 대표시조「별」과「저무는 가을」감상과 해설, 그리고 필자의 졸시「아파트에서 ․ 6」과「기다리는 새 터널」에 관한 창작 배경 설명이었다. 평소에 일주일에 한 번 방송실에서 만나 모임을 갖던 그 방식으로 창작에 대한 감각을 찾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저녁식사 메뉴는「회정식과 무한리필을 약속한 조개구이」였다. 지난여름 황순원 문학관에 갔을 때 함께 참여했고 이번에도 자리를 함께한 한설희님을 준회원으로 받아드리기로 했다. 모두 열한분이 얼굴을 마주보며 가까이 접한 분들과 정담을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맛 볼 수 있었다. 양껏 먹고 흥이 나면서 먼저 떠나실 분들이 타고 가야할 7시 반 떠나는 배가 마지막 배여서 서둘러 일어서야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떠난 차를 바라보며 주변 노래방을 찾아야 했다. 네온이 번쩍이는 황급 노래방이었다. 여덟 명의 회원들이 노래하기에 넓지도 좁지도 않은 곳이었다. 어색하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탔고 100점이 나오면 일만 원씩 후원하기로 했다. 실력발휘를 해서 100점을 맞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들이 볼만하였다.

 숙소로 돌아와 따뜻하게 난방 된 방들이 기다려주었다. 평일이어선지 방이 여유가 있어 위층을 모두 알아서 쓰라는 것이었다. 코를 고는 분들은 아예 따로 잠자기를 원했다. 조기구이를 참으로 준비하여 갖고 올라왔다. 희망하는 분들만 술 한 잔 더 할 기회를 가졌다.

 아침잠이 없는 필자는 시간도 모르고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한 다음 로비로 나왔다. 벽에 걸린 고려시대 나옹선사(인도의 고승 지공스님의 제자, 무학대사의 스승)의 선시를 몇 번 읽었다. 맑은 공기 속에 잠든 석모도 해변이어서인지 잘 외워져 읊조려본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실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밖으로 나와 찬 공기를 등에 짊어지고 해변으로 나왔다. 바닷물은 어디로 놀러나갔는지 갯벌은 속살을 드러낸 채 놀라서 몸을 움츠렸고, 이름 모를 바위들은 나이테처럼 띠를 두르고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머무르다가 숙소로 돌아와 몇 분과 같이 다시 내려와 사진을 찍으며 산뜻한 하루의 출발을 즐겼다.

   아침식사를 위해 다시 식당에 모였다. 개운한 몸과 마음을 확인하며 밝은 표정으로 마주하였다. 산뜻한「해물된장」을 메뉴로 예약되었다. 음식이 입에 잘 맞아 모두들 흡족하였다. 가족들과도 같이 올 수 있는 곳으로 적합하였다.

 출발하기 전에 숙소 뒤 언덕에 서있는 펜션 앞뜰에 올라서면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고 하였다. 의자가 있고 내려다 볼 수 있는 난간이 있었다. 아침에 산책을 한 바다풍경이 한 눈에 들어와 시원하게 드러났다. 아름다운 해안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왔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아무데서나 찍는 사진과 다른 냄새가 바람에 섞어 날아왔다.    

 일찍 서둘러 보문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가파른 입구를 지나 보문사 극락보전과 석굴(석실법당)처럼 보이는 나한전, 옆에 많은 불상을 모신 4백 여 개가 넘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 눈썹바위에 마애석불(관음)좌상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나 극락보전과 나한전 근처에서 머물 무렵, 인천시에 행사관계로 육필문학관에 나오시기 어렵다던 노관장님께서 취소하고 문학관에 나가있겠다는 전화가 왔다. 배시간상 서둘러 나와야 했다. 선착장에 와보니 배 시간을 잘못 알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생겼다. 막걸리 한 잔을 들이킬 절호의 기회를 만든 것이다.

 갈매기 떼를 만나 새우깡 놀이를 하면서 다시 강화도로 돌아왔다. 육필문학관에 들러 지난번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양평교직원수련회 이후 안부를 물었다. 유명시인들의 육필이 적힌 작품들을 전시한 것들을 가슴에 새겼다. 점심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 되어 근처에서 관장님과 자리를 함께해야했다. 더욱 우리를 잡는 것은 2010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부 싱글 결승이 오후 1시 이후에 있기 때문이었다.

 쇼트에서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개인최고점수로 선전을 했을 때 바로 다음에 뛰는 김연아가 감심장이 아니었더라면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바라다보는 것조차 마음 조였던 순간을 기억한다. 이제는 김연아 선수가 먼저 뛰는 것이다. 일행은 식당 텔레비전 앞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얼굴 표정에서부터 몸동작 하나하나가 차분하고 가볍게 그리고 교과서적으로 피겨사상 최고점수(228)로 경기를 마쳤다. 아사다 마오는 얼마나 부담을 안고 있었을까 심히 염려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하여 얼마 안 되었을 때 자신감이 떨어져 흐트러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케나다의 선수가 경기를 하였지만 김연아의 적수는 될 수 없었다. 불모지에서 일구어낸 아름다운 꽃이었다. 감격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였다. 우리 동아리 연수는 이렇게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