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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창작시

신년시 - 기다리는 새 터널

기다리는 새 터널

 

윤제철


하나의 터널을 달려 나가면

또 다른 터널이 기다린다.

바로 앞에서 기다리면 가기 싫을 텐데

이 맘 때면 넓고 긴 도로가 앞에 놓여

어둠을 뚫고 지나오던 기억을 잊어버리고

의기양양한 마음을 잔뜩 담는다.

똑바로 달려 왔지만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터널을

벗어나려 애쓰는 일을 반복한다.

목적지까지 빨리 가고 싶은데

터널뿐만 아니라

일정하지 않은 방향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고

왼쪽으로나 오른쪽으로 돌아가기 일 수였다.

그렇게 가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는 이 길을

내가 뜯어 고치지도 못하면서

마음대로 안 되는 걸 탓한다.

빨리만 달리려하지 말고

목적지에서 무엇을 할 건지 생각해야 한다.

무조건 달리기만 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인가

나를 기다리는 새 터널을 지나면서

나에게 필요한 추억을 더 만들어야 한다. 

아무 이야기꺼리 없이 그냥 따라 가는

그런 시간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시작노트>


 해 마다 맞는 연말연시를 보내면서 반성과 각오가 교차한다. 여정을 파헤쳐 가야하는 한 해를 터널로 보고 싶다. 6번국도 팔당대교를 지나 연달아 이어지는 터널을 만난다. 한 해를 보내고 다시 만나는 모습이 연상된다. 도로를 달리다보면 지형에 따라 우리를 몰고 간다. 빨리 목적지에 가고 싶어 생각 없이 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무언가 기억에 남는 일 하나라도 남기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야기 꺼리 하나 만드는 일이 그렇게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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