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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글로 쓰기

내 생각 글로 쓰기 - 10. 시 쓰기 - 4

내 생각 글로 쓰기 - 10 - 시 쓰기 - 4


 시는 감각을 위주로 쓸 수 있는가 하면 순간에 일어나는 상황에 순수한 감성으로 느껴지는 표현으로 공감을 유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있는 사실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그릴 때 머리 위에서부터 그려나가기도 하지만 중간부터 그려나가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발부터 그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중에는 전체가 다 보이게 되고 강조하는 부분이 드러나게 된다. 

 한 행이나 한 연을 읽어가면서 미루어서 상상이 가능해야한다. 사람들의 상상력은 갑작스러운 비약은 금물이다. 독자가 단계가 없이 뛰어 건너가는 상상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일락말하게 살짝 가리어진 주제를 보려고 애를 쓰는 독자의 심정을 이해하며 이끌고 나가야 한다.

 남들이 이미 사용한 방법으로 답습을 하는 시어로 하는 표현이라면 독자들이 식상하고 말 것이다. 기발한 착상에서 놀랄만한 것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루어져야 할 주제도 일반적으로 평범한 내용이 되어서도 안 된다. 보는 방향이나 각도를 달리하는 사물과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박목월의「나그네」전문


구름 위에 달이 되어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길을 정처 없이 가는 나그네가 되어야 한다. 어느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을 담고 있다.

 1연에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인생을 표현하고 있다. 2연에서 흘러가는 삶을 암시한다. 상대적으로 서로 바탕이 되어 살아간다. 3연에서 외줄기 길은 외롭고 쓸쓸하고, 남도 삼백리는 멀고 힘들다. 4연에서 힘들게 보내고 마감하는 하루가 보인다. 5연에서 다시 2연의 구름에 달 가듯이 가 반복되어 시가 마무리 된다,

 이 시에서의 나그네는 쓸쓸함과 고달픔 그리고 체념과 달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했던 지난 어려운 시절 우리 민족의 모습으로 여겨진다.


관(棺)을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 내리듯

주여

용납 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알아보고

형(兄)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 박목월의「하관(下棺)」전문


 아누를 땅 속에 묻고 나서 아우를 꿈속에서 만나 이승과 저승의 아득한 차이에 슬픔을 지니면서도 그 것을 안으로 다스리는 시인의 달관한 인생태도를 느낄 수 있다. 무한량의 이승과 저승의 먼 거리를 정으로 결합시켜 성공하고 있다. 


속을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앉아있던 바람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언덕에 발을 디딜 때마다

안절부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마음을 닦고 올라선 관광객이라도

거짓을 찾아내면 거칠게 몰아붙이는 바람

드라마 속에 까지 날아가서 춤을 추고 돌아와

마음 상하여 언덕을 떠나지 못한다.

거짓이 먼지나 티끌만큼이라도 묻어

털어도 털어지지 않으면

언제나 참고 바라볼 수 없는 바람

고지식하게 따지는 잣대로

누가 뭐라 해도 듣지 않는다.

  - 졸시「바람의 언덕」전문


 바람은 거짓 없이 속을 다 보여주는 바다와 있기만을 원한다. 거짓말을 하는 어떤 것과도 같이하려 하지 않는다.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잣대를 나름대로 정해 놓고 조금이라도 거짓이 묻어 있으면 사정없이 화를 내듯 바람을 불어 쫓아내려한다. 바람 부는 언덕의 모습을 보고 왜 불어야만 하는지? 의문을 풀어보는 바람과의 솔직한 대화이다. 


사리가 모셔진 탑 주위를

돌고 돌아 소원을 빌다보면

실타래 실이 다 감겨지듯

누구의 힘을 빌리기보다

원하는 일 거의 다 이룰 만큼

힘을 얻어 찾아내는 각오는,

중요한 일 앞두고 걱정스러워

나약하고 앞을 내다볼 능력 하나 없이

누구에겐가 손을 잡아주길 바라며

내밀었던 간절한 손짓,

한 가지 일 해결하면

앞을 가로막는 또 다른 일

자신 있게 이뤄지는 일 없이

망설이다가 반복해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리가 된다.

  - 졸시「탑돌이」전문


 나약하기만한 사람들은 누구에겐가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탑을 돌며 이루게 해주는 힘을 두 손 내밀며 간절히 원하지만 불가능하다. 소원을 마음속에 쌓아 탑을 돌며 다지고 다지면 각오를 단단히 하고 도전하여 마침내 뜻을 이룬다. 누구의 힘을 빌리기 이전에 스스로 힘을 얻는 매개 역할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위 네 편의 시에서 관심을 기우려 보아야 할 내용은 사물과의 대화에서 얻어지는 상상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사롭게 보냈어도 고만일 사물의 모습에서 발견한 감각은 남다른 관찰에서 오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상황이 전개되는 그 안에서 화자 자신은 한 부분이 되어 함께 호흡해야 한다. 밖에서 무관하게 지나쳐버리는 사람들과는 다른 시야에서 사건의 흐름을 듣고 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항상 기회는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온다. 일상에 관심을 두고 관찰하면서 대화를 청하는 사람에게만 시상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눈과 귀가 열리는 것이다.